독서 서평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글쓰기로 한계를 극복한 여성 25명의 삶과 철학

미니멀하자 2020. 12. 21. 11:21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삶을 건 글쓰기로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25명의 여성들, 상처와 억압을 위대한 희망으로 바꾼 그 놀라운 여정!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는 글쓰기를 좋아하는걸 알고있는 친구의 선물로 받아본 책이다. 디자인이 너무 예쁘다. 표지도 내지도 여성감성제격이었다. 소장하고싶은 책이다. 내용도 어렵지않으며 감명깊어 읽기 쉬운책에 속한다.

시대를 막론한 25명의 위대한 여작가들의 작가가 되기까지의 삶, 그런 삶의철학을 엿볼수 있는 재밌는 책이다.  삶의 상처와 억압, 그 아픔들을 글이라는 매체로 승화시켜 결국 이루어낸 멋진 여성들의 이야기,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지독한 독서광이었다는 것이다, 미친듯이 읽었고 미친듯이 썼다. 또 하나같이 평탄한 삶이 아니었다. 어쩌면 굴곡있는 인생이어서 글을 썼을지도 모르겠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억압받고, 차별받고, 살면서 또 수많은 아픔을 겪어내고 그로 배우고 성장하고 타인을 더 이해할수 있지 않았을까? 그로인해 심금을 울리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25명의 여성중 콜레트와 박경리 부분이 가장 좋았다. 힘든 역경속에서 꿋꿋하게 이겨내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삶의 태도에 감명받았다. 멋지다는 말이 진부하다.

그들을 동경하는 마음 한구석에는 그들을 닮고싶다는 욕망이 자리잡고있어서일것이다. 그들만큼 위대한 작가는 못되더라도 역경을 발판으로 배우고 성장하여 타인을 위로해 줄수 있는 글을 쓰고싶다. 나의 상처들도 글로 승화시켜 스스로 치유하고, 보다 성숙한 자아를 만들고 싶다. 언젠가 콜레트처럼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낌없이 베풀고 싶다.

영화 "레드 씨 다이빙 리조트" 에서도 목숨을 걸고 난민을 구조하는 그 무모한 주인공들은 어린시절 비슷한 경험을 했고 그때 누군가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난민에 더 공감할 수 있었고 보수도없는 일에 목숨걸로, 한치의 망설임없이 그 위대한 일을 해낼수 있었으리라 믿는다. 

"당신을 괴롭히는 것 뒤에 비밀이 있다고 생각하면 항상 위안이 된다" 그 당시엔 괴롭고 고통스럽겠지만 먼 훗날 그것이 얼마나 나를 성장시켜주는지 알때가 온다. 

박경리는 이른바 인기나 출세에도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세속적인 성공이 나하고 무슨 상관이겠는가. 내 문학하고 무슨 상관이겠는가. 내 인생하고 무슨 상관이겠는가 하는 의심과 자문자답은 나를 허황하게 흩뜨려 놓고 보다 깊은 고독과 사람을 만나기 꺼려하는 경향을 짙게했을뿐이다" 

소설이란 삶과 생명의 문제이며 삶이 지속되는한 추구해야 할 무엇이지요. 글쓰는 여자는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젊은 박경리는 전쟁에서 남편을 잃고 몇년 지나지 않아 아이를 잃었다. 참전의 고통은 혼자만의 몫이었다. 글을 쓸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글쓰기를 즐기는 배후에는 약간의 이타심과 자기연민, 또 한 삶에대한 기대이기도 하다. 나의 아픔을, 고독을 그 누구한테 의지해서가 아닌 스스로 치유하고 싶었다. 세월이란 풍파속에 낡고 해진 허수아비처럼 이리저리 흔들리고 찟기는 삶이었다. 세속에 관심없고 고독과 친구하는 박경리, 세속에 무관심하고 고독과 친구하며, 힘든 여정을 겪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는 꿋꿋한 모습에서 어린 나의 모습도 보았다. 

자세히 보면 아니고운 꽃이 없다고 했다. 들꽃도 자세히 보면 수줍은 아름다움을 품고있다. 힘든 삶이었을지라도 그 속엔 그걸 이겨낼만큼의 따스한 사랑도 품고있다. 그것을 보느냐 못보느냐의 차이이다.

빗바람이 아무리 휘몰아쳐도 잠시 쉬어가고 또 언제그랬냐듯이 다시 싱싱함을 찾는 들꽃처럼, 아름다운 온실의 화려한 꽃으로 태어나지 못했어도 들꽃만의 특유의 매력으로 세상을 감동시키리라. 그 경험 고이 쌓아 스토리를 만들고, 고독을 고이 쌓아 글로 승화시키리라. 글이라는 묘약으로 어둠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따스한 햇살 가득 할 것이리라. 오히려 들꽃이라서 다행이라고, 그래서 참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거칠고 변화있는 야생그대로의 들꽃의 삶을 사랑하련다.

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려면 변화를 사랑해야해, 그리고 농담을 사람해야하지- 이자크 디비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