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김이설
우연히 책 서핑 중 담아놓은 소설이다. 소설이야말로 사람의 이야기,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가끔 소설이 읽고 싶을 때가 있다. 소설은 나에게 가끔 가지는 힐링타임 같은 시간이다.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김이설 작가의 소설을 읽고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나는 가족을 위해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을까? 건강한 가족관계란 무엇일까?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은 아무도 이름이 없다. 본인조차도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동생, 엄마, 아빠, 나, 그리고 그사람 이렇게만 써져있어서 가족의 구성원이 분명하다. 그리고 스토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전개 순서도 신의 한 수이다.
도입은 평범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러브스토리로 시작된다. '그 사람을 만난이래 하루도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라는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두 사람의 잘못이 아닌 어떤 이유로 헤어졌어야만 했고 그 여자의 인생의 베일이 한 겹 한 겹 벗겨져나간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있는 4인 가족 중 딸 둘 중 첫째로 태어난 주인공, 어릴 때부터 딱히 특출한 것도 없고 공부도 고만고만했으며 꿈도 주체성도 없었던 착한 딸이었다. 고졸에서 학업을 마치고 아빠의 권유로 3년간 공무원 준비를 해보았지만 실패하었니 실력도, 재능도 없지만 시를 좋아하는 변변한 직장도 없는 주인공이었다. 그에 비해 동생은 어려서부터 뭔가 이루고 싶은 건 자기 힘으로 이루는 사람이었고 온 가족의 사랑과 기대를 듬뿍 받고 자란다.
어느덧 동생은 결혼하여 딸하나, 아들 하나 낳아 가정을 이루게 된다. 우연히 방문한 동생집에서 주인공은 가정폭력 시달려온 동생의 순탄치 못한 결혼생활 속에 끼어들게 된다. 무작정 동생을 설득해 아이들과 함께 나오게 되면서 주인공의 고해는 시작된다.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가족은 직장을 나가야만 했고 특출한 거 하나 없는 경제력이 없는 주인공이 대신 육아와 온 집안의 살림을 떠안게 된 것이다. 힘든 육아와 살림에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주인공에게 필사는 사치 었고 자신의 언어마저 잃어간다. 유일하게 시인의 꿈을 알아주고 밀어주고 학자금 대출까지 갚아주던 동생이기에 그에 대한 책임감,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사랑하는 사람마저 포기하게 만들게 이른다.
해도 해도 티도 안나는 힘든 육아와 살림의 노고, 자신을 잃어가며 비틀거리며 휘청거리지만, 가족들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아주 당연한 일인 듯 치부해버린다. 희미하게나마 내편인듯, 버팀목이 되어주던 아빠지만 사업부 도라는 과오가 있기에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한다. 그마저도 갑자기 들어닥친 아빠의 죽음 앞에서 주인공은 무너진다.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꽃이라고 말해주던 유일한 내편같은 아버지의 존재가 없어진 집, 본인의 노고를 가족이란 말로 당연시 여기는 엄마와 동생, 연애다운 연애도 못해봤단 이유로 아이 엄마임을 숨기고 아이들에게 한없이 냉대하며 종종 연애까지 즐기는 동생, 그런 동생을 내보내 재혼시키려는 엄마 사이에서 주인공은 드디어 가족 탈출, 가족이란 굴레를 벗어던지고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가족이란 이유로 우리는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을까? 가족이란 우리가 태어나 만나는 첫번째 사회이다. 처음엔 부모의 지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내가 속한 가족이 건강한 가족인지의 여부도 판단되지 않는다. 지식을 통하여 경험을 통하여 타인과의 교류를 통하여 또 타인의 삶을 알아가면서 서서히 가치관이 생기고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지는 거 아닐까?
다수의 마음의 상처는 나와 유대감이 있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생긴다. 건강한 가족관계는 그만큼 서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가족이니까 말 안해도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해버리면 자칫 비수가 되어 상대방의 가슴에 커다란 상처를 낼 수가 있다. 어쩌면 가장 가까워야 할 사이인데 수많은 오해들이 쌓여 커다란 상처가 된다.
만약 주인공이 본인의 힘듬을, 불만을 가족한테 토로했더라면 어땠을까? 어쩌면 주인공은 착한아이 콤플렉스를 앓고 있다. 스스로 짊어지지 않아도 될 책임까지 혼자 다 짊어지고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건강한 가족이란 결국 오해가 생기지 않을 말, 소통을 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문제가 생겼을 시 나의 목소리를 올바르게 전달하고 서로 힘을 합쳐 해결을 위한 방법을 모색해나간다면 건강한 가족이 되지 않을까? 아울러 가족이라는 작은 사회를 건강하게 잘 유지하는 사람이라면 사회에 나가서도 올바른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삶은 고해이다. 끊임없는 문제의 연속이다. 그런문제들을 회피하지 않고, 직시하고 잘 해결해나가면서 성장으로 이른다. 그런 나날들이 모여 인생이 된다. 상처 없는 사람은 없다. 가족관계에서의 상처도 하나하나 다시 꺼내보며 풀어간다면 건강한 자의식, 건강한 가족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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