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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서평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이은정 단편소설집

by 미니멀하자 2021. 1. 5.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은 8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있다. 평범하게사는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속 배어나오는 슬픈 현실들은 불공평한 사회속에서 또는 관계속에서 상처주고 상처받는 그런 뭉클한 이야기들이다. 위태위태해 당장이라도 부서질듯한 생활들을 이어나가는 주인공들, 사연없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각자 깊숙한 상처와 사연들을 안고있다. 그것들이 결코 누구나 자신있게 나에겐 없다고 말할 수 없는 그런 일상의 상처들을 섬세한 문체로 생생하게, 때로는 긴장감 넘치게 박력있게 잘 엮어냈다.

목차

잘못한 사람들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그믐밤 세 남자
피자를 시키지 않았더라면
친절한 솔
숨어 살기 좋은 집
엄 대리
개들이 짖는 동안

 

잘못한 사람들

새벽에 갑자기 해고당한 친구에게 불려나와 술한잔 사주며 하소연을 들어주는 그에게 친구는 이상한 말을 한다. 자신이 어쩌면 어떤 할머니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분위기는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고 스토리는 점점 긴장감을 더한다. 무슨일이 있었던걸까?

겨우겨우 새벽에 생활정보지를 돌리는 일로 생을 연명하는 세호라는 친구, 새벽같이 출근한 세호에게 영문없이 호통치는 상사,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잘못했다고 거듭 사과했지만 계속되는 상사의 질책에 무심코 욕설을 내뱉는다. 상사에게서 잘못한것없지만 폭력을 휘둘렸던 아빠의 모습이 순간 오버랩되었다. 그런 아버지에 대한 원망은 평생 따라다니는 트라우마이자 그의 뒤에 드리우는 검은 그림자었다. 억울함과 원망으로 가득차 있던 그는 자신의 일터로 다시한번 가본다. 

그곳에서 폐지 줍는 할머니를 만난다. 할머니는 폐지 뿐만 아니라 그가 꽂아놓았던 생활정보지까지 빼서 묵묵히 리어카를 끈다. 그에 화가 치민 세호는 그 할머니를 따라가본다. 겁에질린 할머니는 주머니에 있던 꼬깃꼬깃한 돈뭉치들을 꺼내 건넨다. 그에 더 화가 난 세호, 이성이 폭팔해버린 세호는 그녀를 무차별 폭행하여 리어카에 집어넣고 때마침 걸려온 그녀의 아들에게도 욕설을 퍼붓고는 그 전화기로 친구에게 전화하여 불러낸 것이다. 

할머니의 생사를 함께 보러가야할 의무가 있다는 세호, CCTV도 없는 골목길엔 목격자도 증거도 없다. 그녀의 전화로 건 그 친구의목소리 외엔, 졸지에 공범 처지에 놓인 친구는 함께 할머니를 찾아나서지만 어느샌가 세호는 그 자리를 빠져나가고 홀로 남은 그에게 검은그림자가 다가와 옆구리에 칼이 박힌다. 어디서부터 꼬인걸까? 세호를 이성을 한계에 다다르게 한건 누구일까? 폐지줍는 할머니의 불찰일까? 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아들의 잘못일까? 지금도 비정규직이 난무한 사회, 웬만한 스펙아니면 변변한 취직조차 힘든 지금의 씁씁한 현실이 그를 이 지경까지 내몰았을까?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폭력은 또 다른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말이 떠올랐다. 가정폭력속에서 자란 미진과 미주, 맹목적인 사랑을 쏟아붇는 종수, 맹목적으로 그남자를 사랑하지 않는 혜자, 동생에게 이 모든걸 겪게 할수 없어서 모든걸 최대한 혼자 겪으려하는 미진, 미진의 그런 배려에 시각이 아닌 청각으로 모든 폭력을 듣고 자란 미주, 그들은 서로 살갑지 않았지만 결코 서로 떨어져있지도 않았다. 사랑했지만 어떻게 사랑할줄 모르는 종수는 그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혜자가 야속했고 술만 마시면 악마가 되어 그녀를 무차별 폭행했다. 수많은 폭행속 혜자에게는 까만선글라스가 계속 쌓여만 갖고 미진은 그런 혜자의 선글라스를 빌려쓰기를 좋아했다. 왜냐고 묻는 미주에게 미진은 엄마가 좋아한다고 했다. 

기억에 기억을 덪칠하는 것이라고... 

매일이다싶이 이어지는 무수한 폭행, 과거속에서 헤어나오지못하는 혜자, 그런 혜자가 가여워 애인처럼,친구처럼 모든걸 받아주는 미진, 그 모든걸 슬프게 바라보는 미주, 이 가족구성원은 모두가 슬픔을 안고 산다.이들에게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이 필요하다. 어떻게? 폭력은 폭력으로, 폭력의 원인인 그 남자를 이세상에서 지워버리면서 세여자는 해결책을 찾아간다.기억에 기억을 덪칠하듯 폭력은 폭력을 불러일으키고 끝내 폭력으로 끝났다. 얽히고 얽힌 끓을 수 없는 관계, 그런 관계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서로 다 상처가 되는 그런 관계속에서 돌파구를 찾는일, 변화가 없다면 영원히 반복되어 갈것이다. 살면서 가끔 우리가 우리 삶을 돌아봐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잘 살고있는지 난 맞는 선택을 한건지, 그것이 최선인지 한번쯤은 앞만보고 달려보지말고, 돌아보고 바꿔야 할 건 바꿔나가며 성장해야 한다. 자신을 희생해가면서까지 지켜야 할 만한 일은 없다. 그것이 가족일지라도. 언젠가는 그 슬픔이 눈덩이처럼 커져 자신을 삼켜버리기때문이다. 각자의 삶 속에서 최선의 방법으로 변화를 감행하는것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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