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서평

뉴턴의 아틀리에-과학과 예술의 융합

by 미니멀하자 2021. 3. 7.

뉴턴의 아틀리에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님과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 유지원이 만나 삶에 가까운 여러가지 주제로 각자의 생각을 풀어내려가는 책이다. 물리학자지만 미술을 좋아하는 김상욱 교수님과 타이포그래픽 디자이너지만 과학도 좋아하는 유지원 작가님, 두사람이 한가지 단어로 다른생각을 하듯이 우리도 같은걸 보면서 각자 다른사고들을 한다. 같은 단어 다른느낌, 다른 생각이지만 그러면서도 어떤부분은 비슷하기도 한 그런 묘한 차이가 흥미롭다. 다름이 있기에 사람과 사람의 관계맺기는 어려우면서도 흥미로운게 아닐까. 

솔직히 뉴턴의 아틀리에는 재미있다고 할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난해한 부분도 있어 갸우뚱 할때도 있다. 술술 읽히는 책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두사람의 생각을 따라가다보면 사고의 확장을 가져다주는 부분이 있다. 마치 단어에 대한 토론을 하듯이 생각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술술 읽히는 책은 그런대로 쉽고 재밌어서 좋고 이런 책은 또 이런 맛이 독서의 즐거움이다. 과학과 예술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1. 관계맺고 연결된다는 것

이야기

글자의 생김새로 보는 이야기들에서 각종 폰트를 보고 어떤 폰트가 맛있어보이는지, 가장 마음에 들었는지, 어떤 폰트가 초콜릿이나, 폭신한 빵을 떠올리게 하는지 같은 글자의 생김이 주는 느낌에 대해 설명했다. -유지원

(폰트를 보고 막연하게 떠오르는 이쁘다, 멋지다, 손글씨 느낌이다, 묵직하다, 부드럽다, 여리여리하다 등 이런생각은 해봤어도 맛있어보이는지 아닌지 빵을 연상케하는지 등 음식에 가까이 생각해본적은 없는듯하여 새로운 발상에 흥미로웠다. 즉 시각적으로만 보았을 뿐 후각적 촉각적으로 접근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폰트를 보고 오감을 이용해서 말해보기 같은 친구들과 놀이를 하면 재밌는 놀이가 되지않을까?)

 

정보화 시대는 자본주의의 욕망보다 소통에 굼주린 인간의 본성이 만들어낸 결과물인지도 모른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와 소통의 과잉을 불평한다. 인간은 소통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제대로 소통하는 것은 기적이다. 불필요하게 상대의 주의를 빼앗는 것은 소통이 아니라 고통이다. 정보화 시대이자 소통과 연결의 시대, 오히려 우리는 더욱 외로움에 허우적거리며 소통이 얼마나 미묘한 것인지 배우고 있다.

현대 기술 문명은 인간이 하던일을 비 인간으로 대체했다. 인간 사이의 소통은 점점 더 간접적인 것이 되고 있다. 인간은 자신이 만든 세계의 편리함에 중독되어 사각형 바깥으로 못 나간다. 결국 자신이 만든 사각의 구조물안에서 외로움이란 병을 앓는다. -김상욱

(에드워드 호퍼의 '밤을 재새우는 사람들'의 그림을 예제로 들었다. 김상욱 교수님의 이야기에는 미술그림들이 군데군데 들어있어 화가가 그림으로 표현했듯이 그림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림으로 설명을 더해갔다. 이 그림에서 주인공은 인물이 아닌 커다란 유리이다. 유리안에 갖힌 외로워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 웬지 쓸쓸해 보인다. 우리 현대삶은 어떠한가?

삶은 훨씬 편해지고 윤택해졌지만 여전히 외로움의 병을 앓고 있지 않은가? 스마트폰이라는 더 작은 사각박스 안에 갇혀 저마다의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점점 기존 소통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소통의 방법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sns는 외로운 현대인들의 새로운 놀이이자 소통의 수단이 되었고 이젠 한발 더 나아가 메타버스라는 가상세계가 다가오고있다. 나를 대신해줄 나보다 더 멋지고 예쁜 나의 아바타를 내세우는 세상, 실제 대면으로 하는 소통에는 정작 서툰 인간들이다. 대면으로 맺는 관계는 온라인 관계보다 어렵고 힘들다. 세대차이는 점점 더 격화되어만 간다. 하지만 온라인 관계는 그만큼 즉각적이고 빠르고 쉬운 반면에 진정한 깊은 유대관계를 맺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만나서 서로의 눈을 마주치려고 하는 욕망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다. 그래야만 서로 깊은 유대감과 믿음이 생길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머

유머란 어떤 일에 몰두하다가도 여유를 갖고 주위를 넓게 둘러보며 균형을 잡는 힘이다. 한발 물러서면 시야가 넓어진다.-유지원

유머는 사람들 사이의 차이가 야기하는 불편을 호감으로 바꾼다. 유머없는 행복보다 유머있는 불행이 낫다. 유머없이 사는것보다 더 불행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김상욱

 

평균

특정한 기준으로부터 평균이 산출되면 그 평균 범위를 벗어나는것은 오류처럼 취급된다. 이때 수치적인 기준이란 과연 중립적이고 객관적일까? 산업시대 이후 서구 중심 성인 남성에게 많은 기준들이 표준이란 이름으로 맞춰진 것은 아닐까? 이렇게 획일적이고 편협한 기준이 다양한 문화와 다면적인 가치관을 저해하고 어린이와 노인과 여성과 약자와 소수자를 힘들게 하는것은 아닐까?

하나의 결로만 정상으로 간주하면 개인의 고유성은 소외된다. 평균을 산출하는 단편적인 잣대로는 규정되기 어려운 잠재적인 재능들을 돌보아야 한다. 교육은, 특히 교양미술 교육은 그렇게 가야 한다.- 유지원

평균은 숫자이자 과정이다. 평균이 집단을 대표하지 못하고 부의 분포가 지나치게 치우치면 그 사회는 불안정해진다. 그 해답은 평균, 즉 집단지성을 이용해 찾아야 한다. 우리는 이것을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김상욱

(평균이란 단어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단어이다. 그러나 평균이란 단어는 어쩌면 사람으로 치면 두리뭉실한 느낌이 드는 단어이다. 집단지성을 이룰때를 제외하면 대부분 잘 사용되지 않은것 같다. 그냥 수치일뿐 믿을만한 단어는 아니다. 정확성은 평균치가 아닌 분모를 봐야 한다. 정확한 디테일이 떨어지는 단어이다. 또한 유지원 작가님 말대로 기준을 세우고 그게 평균치가 된다는건 그 평균을 세운 개인들의 지극히 주관적인 주관성도 배제할 수 없다.)

 

5. 물질의 세계와 창작

도구

우리는 도구를 기술적인 보조물 정도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도구는 세상의 틀을 다시짜고, 세상과 관계를 맺는 우리 자신을 변형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도구는 그것을 다루는 사람의 태도와 성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도구의 발명은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차츰 해방시켜왔다. 문명의 축적과 성취를 부정해서는 안되겠지만 그것이 야기하는 불편들과 박탈해가는 가치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도구에 맞추느라 불편해질수 있는 인간의 행동과 감각을 세심하게 살피고 교정함으로써 도구를 다시 인간에 맞추어 조정하는 일, 도구와 더불어 가는 인간의 자존감이 훼손되지 않고 피로감이 줄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일, 이것이 디자이너들의 일이다. -유지원

과학에서의 혁명도 종종 도구와 관련된다. 하지만 과학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도구의 혁명이 중요할 때가 있다. - 김상욱

(도구는 세상의 틀을 바꾼다. 스마트폰을 예를 들면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다룰줄 아는 인간과 아닌 인간들로 나뉘게 된다. 그것은 곧 정보와 이어지고 교육과 관계되며 스마트폰의 혜택을 제대로 못받는 소외된 계층을 만들어내고 그들을 더 가난하게 만들어 결국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태어나자마자 스마트폰에 노출된 아이와 성인이 된 후 접한 사람의 사고력 차이는 클 것이다. 도구는 사람의 사고방식을 바꾼다. 지금 현재 우리는 또 한번 세상이 바뀌는 커다른 도구에 직면해있다. 기계에서만 머물던 도구가 이젠 인간처럼, 어떤부분에서는 인간을 뛰어넘은 기술과 지능을 가진 인공지능이 탄생한 것이다. 인공지능이라는 도구는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어떻게하면 인간과 잘 공존할 수 있을지는 또 새로운 숙제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