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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서평

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술로보는 인류 문명역사

by 미니멀하자 2021. 3. 16.

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미야자키 마사카츠

여러분들은 애주가 신가요? 술은 과하면 금물이지만 적당히 마신다면 그 또한 인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일종의 락이 아닐까? 철학자 플라톤은 술을 마시면서 나누는 대화의 교육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였다. 기분 좋은 취기는 상식이라는 단단한 껍질에서 인간을 해방시키고 유연한 발상을 가능케 한다. 또 한 따뜻한 인간관계를 만들고,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출한다고 하였다.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현 사회에서도 술이 인간관계의 증진에 큰 도움이 되지않는가. 평소 하기 힘든 얘기도 술 한잔 기울이며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하고 또 서로 대화 중 새로운 아이디어가 번뜩이기도 한다. 솔직히 혼술도 가끔 즐기는 편인데 혼술 하며 친구와 통화하거나 소설을 보는 것도 가끔 삶의 락이다. 

"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 는 술 문화로 인류의 역사 이야기를 재밌고 쉽게 풀어낸 책이다. 역사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책은 좋아하는 "술" 스토리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관심 없었던 역사에 흥미가 붙었다. 

술은 분명히 인류문화의 한 부분이다. 인류가 어떻게 술을 마시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적당한 취기가 주는 오묘한 감정은 거부할 수 없이 매력적이었을것이다. 


수많은 세계의 술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1. 효모가 당분을 알코올 발효시킨 양조주/ 2. 양조주를 증류시켜 알코올 순도를 높인 증류주/ 3. 증류주 등에 허브, 향신료 등을 섞은 혼성주

모든 술을 만드는 재료는 효모라는 미생물이고, 인간은 발효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뿐이다.

 

세계사는 크게 5가지 시기로 나뉘는데 술도 시대에 따라 순차적으로 등장한다.

1. 장기간 걸친 수렵과 채집 시기 : 포도, 야자, 꿀 등 자연계에 존재하는, 당분이 많은 소재를 발효시켜 양조주를 제조

2. 농경의 시작과 도시 출현 시기 : 곡물을 당화 한 후 발효시켜 대량의 양조류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어 술이 대중화

3. 유라시아 여러 문화 간 교류 시가(7~14세기) : 9세기에 이슬람 세계에서 증류기 제조 기술이 개발되어 동서로 전해지면서 아락, 소주, 보드카, 위스키, 브랜디 등 여러 종류의 증조류 탄생

4. 대항해시대, 즉 신구 양 대륙의 교류 시기(5~16세기) : 16세기 신항로 개척시대 이후 신대륙과 구대륙 간의 술 문화 교류가 활발해져 바다 세계가 선사한 향신료, 과일 등이 술 문화와 얽혀 다양한 혼성주가 등장

5. 산업혁명 이후의 시기 : 연속 증류기가 출현하여 술의 대량 생산이 시작되고, 상품으로써 대규모 생산이 가능해지고 20세기 이후에는 여러 종류의 술과 주스, 과일 등을 조합한 칵테일 시장이 성장하면서 종류가 다양해짐

 

1장. 술과의 행복한 만남

가장 오래된 술은 봉밀주로 꿀을 3배 정도 물에 희석하여 만든 술이다. 와인 제조 기술은 이집트에서 시작되어 크레타 섬과 페니키아의 비블로스 등을 경우하여 주변 지역으로 전파되었다. 

2장. 열심히 술을 빚은 문명

4대 문명을 대표하는 각각의 술 : 여러 문명을 지탱해 주었던 곡물은 지역마다 풍토와 역사에 따라 달랐다. 이 때문에 곡물을 원료로 하는 술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곡물주에는 보리가 원료인 맥주, 기장이나 쌀을 원료로 하는 중국의 황주, 쌀을 원료로 하는 일본의 청주, 옥수수를 원료로 하는 잉카제국의 치차 등이 있다.

3장 이슬람 세계에서 동서로 전해진 증조류

증류주는 포도로만 만드는 브랜디, 사과로 만드는 칼바도스, 버찌로 만드는 키르슈바서, 곡물로 만드는 위스키, 진, 보드카, 고구마류로 만드는 아쿠아비트, 소주와 사탕수수로 만드는 럼, 용설란으로 만드는 테킬라 등 종류가 많다.

4장. 바다와 항해가 넓힌 음주문화

단조롭기 그지없는 바다에서의 생활을 견디려면 즐길거리도 필요했다. 먹거리가 부실했던 바다에서 보충하기 위해 실은 식량이 와인이었다. 와인은 대항해 시대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들의 에너지원이었다. 최초 와인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 부패했고 이를 막기 위해 와인에 증류한 브랜디를 첨하 한 술이 셰리주이다.

멕시코의 양주 주는 '풀게'라고 부른다. 멕시코 고원에 분포하는 다육성 용설안 '아가베 아르로비렌스'로 만든다. 풀케 제조법을 전승하고, 스페인 사람이 들여온 증류기로 증류한 도수 45도의 술이 테킬라이다. 테킬라는 '아가베 아즐데킬라나'라는 용설란으로 만든다.

산업혁명과 싸구려 럼 : 당밀로 만드는 럼주는 신대륙에서 사탕수수의 폐기물을 사용하여 생산한 싸구려 술이었다. 럼주는 대서양을 오고 가는 뱃사람들의 술이자, 카브리해를 누비며 은을 가득 싫은 스페인 함선을 노리던 해적들의 술이기도 했다. 럼주는 당분의 농도가 50~55%에 달하는 당밀을 12~20%로 희석하여 만든 원료에 효모를 넣어 양조한 것으로 누구나 만들 수 있었기에 저렴했다. 발효 후에는 수번에 거쳐 증류하고 술통에 담아 숙성시켰다.

5장 근대 사회가 키운 술 

17세기 네덜란드는 모직물 산업과 조선업을 배경으로, 상업국가로 거듭났다. 또한 북해 어장을 장악하여 어업이 대규모로 확대되었는데, 이에 따라 조선업이 함께 발전하였다. 맥주나 와인을 대량으로 운송하며 부패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 네덜란드인들은 잘 부패하지 않는 라거 맥주의 보급을 꾀하고 와인을 끓여 브랜디로 만들어 부패를 억제하여 수송 효율성을 높였다. 

18세기가 되자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가리브 해역에서 생산하는 설탕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설탕이 대중화되었고 유럽에 새로운 '식탁 혁명'이 일어났다. 아무것도 없던 황무지에 노예, 식량, 가축, 제반 설비, 술, 일용품 등을 화폐로 구입한 뒤 경영한 설탕 플랜테이션은 자본주의의 경제 시스템의 선구적인 모델이 되었다. 

18세기 후반에는 이러한 환 대서양 경제화의 성장을 기반으로 영국이 주도한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났다. 영국 동인도 회사가 주도한 '의류 혁명'이다. 인도산 면포를 환대서양 경제권에 끌고 들어와 발생한 혁명이다. 면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덕분에 각종 기계와 증기기관이 발명되어 산업혁명을 촉발시켰다. 

새로운 사회 시스템이 확산되고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술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여 대량생산이 시작되었다. 술은 이제 상품으로 양산되었고, 국경을 넘어 대량으로 팔려나갔다.

고급술의 대명사 코냑 : 와인을 부패 없이 수송하기 위해 열을 가해 와인 속 세균을 죽이는 방법으로 브랜디가 탄생했다. 브랜디는 와인을 증류, 농축시킨 후 물로 희석하여 양도 많고 부패도 방지할 수 있었다. 코냑은 프랑스 중남부의 리무쟁과 토론세에서 생산한 품질 좋은 오크통에서 2년 이상 숙성시켜 만든다.

샴페인은 1차 발효를 끝낸 와인에 당분과 효모를 첨가하여 병에 포장하고, 다시 알코올 발효를 시켜 탄산가스를 병 안에 머금은 상태로 숙성시킨다. 출하 시에는 앙금과 효모를 신속하게 제거해야 한다.

6장. 거대한 인공 공간을 채운 술

산업혁명 이후 도시는 '생산의 장'이 되어 인구와 규모가 커졌고 철도와 증기선에서부터 20세기의 자동차, 항공기에 이르는 교통수단의 발달은 사람들을 대량으로 이동하게 하였다.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하고 밤의 시간이 생기게 되며 술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를 새롭게 창출하였다.

술 대중화 선두에 선 술은 전통의 맥주였다. 맥주가 부패하는 원인은 잡균의 번식 때문인데, 이를 억제하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발효가 시작되는 단계에서 대랸의 효모를 투입하여 증식을 막는 방법이 고 다른 하나는 잡균이 번식하지 않는 저온에서 맥주를 발효시키는 방법이었다. 

겨울과 여름의 온도차가 큰 유럽의 뮌헨에서 맥주 술통을 지하에 내려 겨울에 강물이 얼음을 넣어 차게 보관 숙성했다. 이렇게 저온으로 숙성한 맥주를 '저장한 맥주'라는 뜻의 '라거 맥주'라고 불렀다. 플랑드르 상인은 홉을 넣어 장기간 저장이 가능한 맥주를 만들었다. 

산업혁명이 무르익은 1874년에는 암모니아식 냉동기가 등장하여 저온을 인공적으로 장기간 유지시켜 맥주를 숙성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 최대의 맥주 소비국은 미국이며, 2위인 중국보다 1.5배 이상 많다.

고흐의 인생을 파멸로 이끈 술 압생트 : 19세기 시민의 술 압생트는 높은 알코올 도수와 환각 작용 때문에 수많은 중독자를 양산했다. 그러나 한때는 유럽을 풍미한 대중적인 술이었다. 프랑스혁명으로 유럽이 요동치던 시기에 스위스에서 개발된 강한 라큐어가 앱 생 트이다. 압생트는 향쑥과 아니스 등 15가지 종류의 허브를 혼합하여 발효시킨 녹색의 아름다운 술이며, 물을 첨가하면 흰색으로 탁해진다. 

압생트 애용가 예술가로 모파상, 고갱, 모네, 드가, 피카소, 헤밍웨이 등 이 있다. 고흐가 귀를 전단한 것도 압생트 과다복용 부작용일 수 있다. 압생트의 주원료인 향쑥에 함유된 화학성분이 인간의 신경에 유해한 영향을 끼치고 중독증상을 촉진시킨다. 현재는 압생트의 퐁미를 이어받은 술 '파스티스'가 제조되어 프랑스의 국민적 알코올음료로 소비되고 있다. 파스티스는 문제가 되는 향쑥을 뺀 아니스로 만든 것이다.


언젠가 고흐가 마셨던 '압생트'라는 술 스토리를 듣고 그 맛이 몹시 궁금했는데 프랑스 가면 압생트는 아니지만 '파스티스'를 마셔볼 수는 있을 것 같다.

20세기부터 21세기 현시대로 오면서 술 문화는 서로 섞이고 섞여 수많은 칵테일을 탄생시켰다. 술이 만들어진 과정이 흥미로웠다. 모든 술은 효모의 발효로 만들어지며 운송 중 부패를 막기 위해 한 조치들이 또 수많은 새로운 술을 만들어냈다. 술은 알코올이라는 한 가지 맛으로 통용될 수 도 있지만 그 맛들이 너무나 큰 차이를 준다. 세계 모든 술을 한 모금씩이라도 마셔보고 싶어 진다. 

애주가이며 역사에 조금이라도 흥미가 있다면 이 책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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