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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서평

러시아중단편소설 체호프-나의인생,삼년

by 미니멀하자 2020. 12. 5.

러시아 중단편 소설 체호프-나의 인생, 삼 년

러시아 소설로는 니콜라이 고골의 '외투' 다음으로 두 번째로 접한 러시아 소설이다. 고전소설을 서핑하다가 우연히 찾아낸 고전소설, 인생이란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수많은 문제들의 집합체를 타인들은 어떻게 풀어갈까? 타인의 인생 스토리 옅보기란 그 무엇보다 재미있다. 안톤 체호프의 나의 인생은 두 청년이 사회와의 대립, 가족과의 갈등, 결혼, 등 수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인생 스토리이다.

인생이란 영원한 문제의 연속이고, 배움의 연속이다. 단편이라기엔 너무 길고 장편이라고 짧은 체호프의 중단편 소설 나의 인생, 나의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생각에 잠기게 한다. 나의인생을 되돌아보면 나의인생 그 커다란 정보속에 나의 기억에 꽂히는 중대사는 몇가지며 어떻게 풀어쓸수 있을까? 


나의인생

건축가 아버지 밑에서 귀족 신분으로 부유하게 자란 아들인 주인공 미사일은 지적 노동을 강요하는 아버지의 바람과는 달리 육체노동을 지향한다. 사회적 위선과 권력, 허영을 추구하느니 차라리 정직하게 노동하는 육체노동이 더 정직하고 바른 삶이라고 생각한다. 지적 노동은 성스러운 붗꽃과 같은 것이며 육체노동은 노예와 야만인의 특성이라 생각하는 아버지 앞에서 미사일은 당당히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의 동갑내기들은 모두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었지만 미사일은 겨우겨우 아버지 백으로 들어간 9번째 일자리에서까지 해고되자 부자간의 갈등은 점점 깊어만 간다. 

"집은 고집스럽고 딱딱한 느낌이 들고, 선은 메마르고 어색했으며, 지붕은 너무 낮아서 납작하게 눌러놓은 것 같았다. 뭉툭하고 두꺼운 굴뚝에 있는 철사로 만든 덮개에는 반드시 검고 삐걱대는 풍향기가 달려 있었다. 아버지가 설계한 집들은 모두 비슷해서, 아버지의 실크해트와 윤기 없고 고집스러운 뒤통수를 연상시켰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아버지의 서툰 솜씨에 익숙해졌고, 마침내 그것은 우리 도시의 스타일이 되고 말았다. "

이 대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사일이 아버지에 대한 인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하다. 아버지는 고집스럽고 융통성이 없으며 따분하고 재미없는 보잘것없는 건축을 하며 부를 이룬 권력주의 자본가로 보였을 것이다. 그런 아버지의 염려를 저버리고 도시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비난을 감수하며 미사일은 '펜'대신 '페인트'붓을 잡는다. 온 도시를 누비며 페인트공으로서 홀로서기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도시에 싫증을 느끼고 속박을 벗어나고 싶은 지적이며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마샤를 만난다. 마샤는 높은 신분 엠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의 멸시를 받으면서 꿋꿋이 페인트공으로 일하는 미사일의 도전정신을,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돈을 벌어 사는 그를 지지하며 호감을 느낀다.

"정말 행복한 사람이군요!"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인생의 모든 해악은 허무와 무위도식과 정신적 공허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해서 사는 동안은 피할 수 없는 거지만요.

이렇게 달콤한 사랑의 묘약에 빠져 두 사람은 마샤가 원하는 대로 시골에 내려가 농사꾼이 된다. 하지만 언제나 사랑이 그렇듯 인생 최고의 행복한 시간은 몇 년 되지 않아 끝나게 된다. 수많은 인간군상과 고난과 육체노동을 겪으면서도 서서히 그 사람들 속에서 부드러움을 발견해가며 적응하는 미사일과 달리 그의 사랑하는 아내 마샤는 더 이상 그에게 웃어주지 않았다. 빈곤한 시골생활에, 거친 시골사람들의 천박함에, 부도덕함에 넌 저리 가 나고 지쳐가면서 미사일을 사랑한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며 마샤는 영영 미사일을 떠나버린다.

그동안 아버지의 억압 속에서 착한 아이로 컸지만 미사일을 보며 그 억압을 벗어난 누이마저 두 명의 사생아를 낳고 병사한다. 누이의 두 조카를 키우며 미사일은 아버지를 찾아가 보지만 끝내 두 사람은 화해하지 못하고 끝난다. 영원히 마음속의 상처로 남을 두 사람의 상처 받은 가슴이 안타깝다. 수많은 시련과 아픔을 겪으며 미사일은 모든 것이 자신의 선택의 결과 었음을,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달으며 서서히 진정한 나의 인생을 받아들인다. 

 

삼 년

한 청년의 사랑고백에서부터 시작된다. 키도 작고 미남형도 아니며 체구도 작지만 부유한 자본가 밑에서 자라 아버지의 경제력 덕분에 지적이고 섬세한 성품을 지닌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청혼한다. 하지만 여자는 그 남자를 사랑하지 않음을 본능적으로 안다. 지루하고 남루한 아버지 밑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시로의 새 삶에 대한 동경을 품은 한 여자, 그 여자는 그 청혼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다.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이 결혼이 잘못되었음을 알고 있었다. 남자는 여자가 자신이 가장 부질없다고 생각하는 경제력을 사랑한다고 생각했고, 여자는 결혼에 대한 새로운 삶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사랑 없이 시작된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권태로웠으며 위태로웠지만 아기를 낳으며 점차 안정된 생활을 찾아갔으나 그 아이를 잃는 깊은 쓰라린 아픔도 겪는다. 수많은 일을 겪으며 아내는 차차 남편을 향한 애틋한 사랑이 싹트지만 그토록 싫어하던 가업을 이어받아 일에 정신없는 남편은 아내의 독백에 무덤덤하다.

성숙하고 우아한 분위의 여성의 이미지로 변모한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과 남편 친구, 그 이후 삶은 또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일어날까? 


두 주인공 모두 확고한 신분적 신념을 가진 두 아버지와의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은 언제부터 나온 말일까? 코로나 사태로 알다시피 우리가 살아감에 꼭 필요한 사람들은 우리가 하기 꺼려하는 그런 일들이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바라보자.

시대를 막론하고 삶이란 주제에는 빠지지 않는 사회적 문제와 가족 간의 갈등, 세대갈등, 일자리 문제, 사랑과 이혼 등 수많은 공통적인 문제를 안고 사는듯하다. 물질적으로는 더 풍요로워졌지만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의 불꽃은 얼마나 변덕스럽고 부질없는 것인가? 서로 사랑할 땐 그렇게 달콤하게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줄 수 있을 것만 같지만 그 시기는 안타깝게도 1년도 안되어 사그라든다. 너무나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얼마 안 가서 시들어버리는 생화처럼. 사랑은 모든 것을 극복해나갈 듯 보이지만 조금만 지나면 모든 변수에 약하다.

마샤와 미사일의 지적이고 아름다웠던 사랑도 한순간이었고 현실 속에 내동냉이 쳐져 마샤는 또 다른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간다. 마샤의 인생의 어느 한 곳에 안내해주는 마부 었음을 고백하는 미사일의 독백이 씁쓸하다.  '삼 년'에서는 불꽃이 아니라 작은 불씨마저 없을 듯 보였던 차가운 율리아가 수많은 일을 겪으며 피워내는 사랑의 불꽃, 그 불꽃이야말로 진정 오래갈 수 있는 은은한 불꽃이 될 수 있을까? 사랑이란 아이러니하다. 유전학으로는 유전자를 퍼뜨리고 싶은 인간 본성의 이기주의라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 

전반적으로 스토리 전개도 빠르고 탄탄하고 묘사도 좋아서 지루하지 않게 재미있게 후딱 읽은 '러시아 소설 나의 인생' 재밌는 인생 스토리 고전소설 찾으신다면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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