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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서평

교수-샬롯 브론테

by 미니멀하자 2021. 1. 13.

교수-샬롯 브론테

'제인 에어'로 더 많이 알려진 샬롯 브론테의 소설 '교수' 샬롯 브론테의 첫 소설이지만 우울하고 불안한 정서의 남성 주인공의 등장과 여러 가지 종교와 같은 문제 때문에 출간을 금지시킨 도서라고 한다. 첫 소설인만큼 차 후 소설의 기본적 배경이 된 소설이기도 하다.

샬롯 브론테의 소설은 섬세하다. 섬세한 심리묘사와 지루할 틈없는 전개와 스토리, 생생한 현장감을 시사하는 장소와 인물의 묘사가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듯 한 느낌을 준다. 

제목 그대로 교수는 주인공이 교수이다. 정서가 불안정하고 감성적인 한 남자가 우연히 교수라는 직업을 갖게되고 앙리 하는 자신의 영혼과 꼭 닮은 삶의 반쪽을 찾아 행복한 가정을 꾸려낸다는 한 남자의 성장소설이다.

일찍 부모를 여의어 열살 터울인 형과 각자 떨어져 생활하게 되었고 간신히 외가의 도움으로 청년이 된 윌리엄, 성직자로 외사촌 중 한 사람이랑 결혼하여 살기를 원했던 위선적인 외가 친척들과 의절하고 친형을 찾아간다. 부유한 여자와 결혼하고 속세에 물들어 매몰차고 쌀쌀맞게 변해버린 형 밑에서 편지를 번역하는 2등 서기로 잠시 일하게 된다. 동생임에도 불구하고 남보다도 더 심하게 대하는 형 밑에서의 서기 생활은 점점 윌리엄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사무적인 인간관계가 난무하는 영국생활과 기계 같은 자신에 실의에 빠져있을 때쯤 한 남자에 의해 서기 일 마저 잃게 되고 그 남자의 소개로 벨기에로 넘어간다.

소개로 남자 기숙학교의 영어교사직을 맞게 된다. 자신이 교사에 자질이 있음을 발견하고 교사직에도 잘 적응하는 한편 그곳 사람들의 감춰진 인성과 보여주기 식의 인성, 권력과 아첨 등의 인간관계에 점점 환멸을 느껴 갈 때쯤 옆 여자 학교의 교수직을 겸해서 하게 된다. 

그곳에서 지적이고 인자해보이는 여교장에게 잠깐 사랑을 느낄뻔했지만 결국 그녀의 이기심과 계략을 알게 되고 끊임없이 구애하는 그녀를 멀리하게 된다. 대신 보잘것없는 레이 스공이지만 자신의 영혼과 가장 닮아있는 앙리라고 불리는 그녀를 알게 된다. 레이 스공이지만 영국이라는 판타지를 갖고 있는 그녀, 영어를 가르치면서 두 사람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그것을 눈치챈 여교장은 그녀를 교묘하게 해고시키지만 그녀의 바람과 달리 윌리엄은 도시를 헤매며 끝내 그녀를 찾아낸다. 앙리는 윌리엄으로 인해 위축되었던 지난 모습에서 당당하고 씩씩한 자아를 찾아간다. 

"내 학생을 어떻게 해야 잘 키울 수 있는지, 굶주린 감정을 어떻게 품어 줄 수 있는지, 절망적인 가뭄과 시들게 하는 질품이 이제껏 자라지 못하게 한 내면의 활기를 어떻게 바깥으로 드러나게 해줄지를 찾아내는 것이 내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끊임없는 관심과 주의 깊지만 말 없는 친절로, 엄격함이라는 거친 외투를 입은 채 늘 그녀 곁에 서 있는 것, 그리고 관심이나 따뜻하고 부드러운 말을 아주 드물게 슬쩍 내비치는 것만으로 진정한 본질이 알려지게 하는 것, 또 혁신적인 보살핌으로 도움을 주면서도 강제로 지시를 내리고 행동을 촉구하는 척하는 가면을 쓴 진정한 주목, 이것이 바로 내가 사용한 수단들이었다."

서로 같은 영혼의 단짝을 만나는 일이란 얼마나 멋진일인가? 서로 의지할 데 없었던 두 사람은 서로 독려하며 타인의 큰 도움 없이 당당하게 자립하여 결국엔 그녀의 판타지인 영국에 자리 잡는다. 앙리는 영원한 윌리엄의 학생으로 때론 순종적이고 때론 자립적이었으며 그를 존경했다. 훈훈한 해피엔딩이었다. 내가 원하는 완벽한 부부의 표본과도 같은 소설이다. '제인 에어'에서 제인과 로버트처럼 현실과 별개로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부부이다.

윌리엄의 타인의 심리관찰부분이 무척 흥미로웠다. 섬세한 관찰과 심리묘사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부분이다. 윌리엄의 시선으로 보는 타인의 심리, 모든 걸 꿔 뚫어 본다고 생각하며 자아도취에 빠져있는 윌리엄, 윌리엄의 시선이 아닌 타인의 시선으로 보면 또 다른 흥미로운 소설이 되지 않을까? 우리 누구나 나만의 시선으로 본다. 우리 모두가 윌리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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